주최국 UAE, COP28을 '석유 판매 장터'로 악용하려 했다

입력 2023-11-28 07:39   수정 2023-11-2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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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무대를 주관하면서 해당 행사에서 외국 정부들에 화석연료를 판매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비영리단체 기후보고센터와 BBC가 공동 입수한 유출 문서에 따르면 UAE는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기후 정상회의에서 외국 정부에 석유·가스 거래를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COP28은 이달 30일부터 내달 12일까지 개최된다.

올해 COP28 의장으로 지명된 술탄 알 자베르는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을 촉구해왔다. 동시에 그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 아드녹의 최고경영자(CEO)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정치권 일각에서 "그의 직책은 이해상충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후보고센터가 온라인에 게시한 유출 문서에 따르면 자베르 의장은 COP28을 계기로 중국, 브라질, 독일, 이집트를 포함한 15개국과 화석연료 거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담겨 있었다. COP28 대변인은 "해당 문서는 부정확하고, 검증되지 않은 문서"라며 "COP28 관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측은 입장 요청에 대응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FT는 해당 문건의 진위 여부를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면서도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웹사이트에 매년 COP 의장의 역할에 대해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의욕을 고취하는 데 있다'고 명시해놨다"고 전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행동 강령에 따르면 선출직 및 임명직 임원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다른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자신의 직무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

국제앰네스티의 앤 해리슨 기후 고문은 자베르의 COP28 의장직 사임을 촉구했다. 해리슨은 "그가 COP28 회의를 기회로 자신의 사업적 이익을 증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COP28이 화석연료 업계의 전방위적 로비로 인해 '포섭'됐다는 일각의 우려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번 COP28에서는 화석연료 처리 방안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개도국들이 "20세기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선진국들의 탈(脫)화석연료 주장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하면서다. 전 세계 석유·가스 대기업들은 "탈(脫)화석연료 기조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을 정점으로 꺾일 것"이라며 이른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언급한 뒤로 관련 논쟁은 더욱 불붙었다.

참가국들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에서 석탄 발전에 대해 단계적 폐지가 아닌 '단계적 축소(phase-down)'에 합의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석탄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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